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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열심히 살수록 인생이 망가지는 남자
김형경소설가습작기에 읽은 소설 중 저자도 제목도 잊었지만 주인공 캐릭터만은 생생히 기억하는 작품이 있다. 그 인물은 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모든 일이 잘될 거라는 전망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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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“나는 황야에서 죽을 것이다” 말하는 남자
김형경소설가그는 노년의 아버지를 목욕탕에 모시고 가 등을 밀어 드렸다고 말했다. 처음 보는 아버지 몸은 거짓말처럼 작아서 성장기에 두려워했던 그 사람이 맞는가 싶었다. 목욕 후 냉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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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음식과의 관계가 편안하지 않은 남자
김형경소설가“음식과 섹스는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다. 남성들이 여자 없는 자리에서 하는 이야기란 음식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해서 섹스에 대한 것으로 끝난다. 나는 감히 여성들도 그러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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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수치심과 함께, 수치심 없는 듯 살기 위하여
김형경소설가그는 마음속에서 항상 수치심을 억누르며 살았다. 분노하거나 두려워하는 자신에 대해, 과잉의 성충동과 거짓말 습관에 대해, 인정받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 자신에 대해 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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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1000일의 소망, 라면을 끓이는 그 마음으로
김형경소설가한 법회에서 강사 스님이 대중에게 질문했다. “라면을 끓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?” 냄비·물·불 등의 대답에 고개 젓던 스님이 마침내 답했다. “라면을 끓여야겠다는 마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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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이상하고 아름다운 남자들의 나라
김형경소설가태초에 남자의 투사가 있었다. 에덴동산의 아담은 선악과를 따먹은 이유가 이브의 유혹 때문이라면서 자기 행위에 대한 책임을 여자에게 전가했다. 중세의 마녀사냥도, 니체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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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‘삼척동자’ 남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
김형경소설가서울 근교 신도시에 살던 시절, 산책 삼아 거리를 걷다 보면 드라마를 촬영하는 팀과 맞닥뜨리는 일이 잦았다. 작업에 집중해 있는 무리 가운데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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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무덤까지 이어지는 욕망, 그 허망한 함정에 대하여
김형경소설가문단의 원로 시인께서 사석에서 하신 말씀을 전해 들었다. “내가 죽은 후 무덤을 열면 시(詩)가 수북이 쌓여 있을 것이다.” 원로 소설가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직접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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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자신을 사용하는 남자, 타인에게 의존하는 남자
김형경소설가그 여성은 20대 초반에 결혼했다가 서른 살 전에 이혼했다. 이혼 후 마음을 돌보면서야 자신이 했던 결혼의 의미를 이해했다. 그것은 단지 아버지에서 남편으로 의존 대상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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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옛날이야기 하나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
김형경소설가옛날 옛적에 꽃다운 열일곱 살 여학생이 있었다. 이성을 향해 마음 달뜨는 나이여서 남자친구를 사귀었다. 어쩌다 임신이 되었고 학교에도 알려졌다. 학교에서는 즉각 그 학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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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‘국민 여동생’을 만들고 향유하는 남자
김형경소설가‘국민 여동생’이라는 용어가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모르겠다. 처음 들었을 때부터 그 말 속에는 명백히 남성들의 성적 환상이 깃들어 있었다. 국민 여동생으로 선정되는 여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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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“너는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”
김형경소설가서른 살 무렵, 출판사에 근무하던 시인 친구가 느닷없이 물었다. “너는 먹고살기 위해 얼마만큼 모욕감을 참고 있니?” 질문에 놀란 이유는 그 문장이 내 마음에서 나온 것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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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두려워하거나 미워할 대상이 필요한 남자
김형경소설가공원에서 맨주먹으로 호랑이도 때려잡게 생긴 근육질 남자가 힘자랑하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. 그는 사회적 권력도 지닌 듯 주변 남자들은 그를 향해 아부성 감탄을 쏟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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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‘정서적 양육’ 경험이 결핍된 폭력 남성
김형경소설가“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두드려야 한다”는 어릴 적에 본 속담사전에 있던 문장이다. 30대 중반까지도 동년배 남성이 웃는 낯으로 그 문장을 말하는 것을 들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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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눈치 없는 남자는 유능하고 행복하다
김형경소설가오래전 만화가 고우영 선생님의 『삼국지』를 탐독한 적이 있다. 작가가 해석한 등장인물 캐릭터가 흥미로웠는데 그중 인상적인 인물은 유비였다. 그는 장비처럼 용맹하거나 관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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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인천항에 배 들어오기 기다리는 남자
김형경소설가경제 수준이 높은 외국 도시를 여행할 때 목격하는 장면이 있다. 공원에서 노숙하는 이들이 손에 돈이 조금만 쥐어지면 복권 판매소로 가서 복권을 사는 광경이다. 대도시 공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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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패션과 근육 가꾸기에 몰두하는 남자
김형경소설가은행 창구 고객용 의자에 앉아 있다가 잡지꽂이에서 남성 잡지를 보게 되었다. 여성 잡지가 적어진 대신 처음 보는 남성 잡지들이 눈에 띄었다. 시사 교양을 다루는 기존 남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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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남성 집단이 연출하는 갈등과 분열의 드라마
김형경소설가예전에, 지인 남성으로부터 5년쯤 지속되었다는 철학 공부 모임에 참석을 권유받은 적이 있다. 나의 첫 반응은 이랬다. “그 모임에는 갈등이나 이합집산이 없어?” 그때까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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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밀당과 썸 타는 문화 속에 깃든 불안감
김형경소설가거리에서 행인의 시선을 끌 만큼 아름다운 후배 여성이 물었다. “남자들이 그냥 친절한 것과 흑심이 있어서 친절한 것의 차이는 뭐예요?” 얼마나 많은 친절을 경험했을까 싶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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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폭력적인 영화를 만들고 향유하는 남자
김형경소설가청년기에 홍콩 누아르나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“우리는 언제쯤 저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” 부러워한 적이 있다. 2000년이 시작되던 무렵에는 “아, 우리도 이제 영화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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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강연장 떠나는 사람에게 화난다는 남자
김형경 소설가현직 대학교수인 중년 남성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적 있다. “강의 도중 학생이 강의실을 나가면 왜 그렇게 화가 나는지 모르겠어.” 현직 종교인이 신도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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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건강한 놀이문화를 경험하지 못한 남자
김형경소설가청춘기의 많은 시간을 게임에 할애하는 20대 초반 남자에게 왜 게임을 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. 그때까지 나는 게임하는 이들을 두 가지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었다. 하나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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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죽음의 공포가 남자 생을 좌우한다
김형경 소설가제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 정보국은 정신분석가를 동원해 아돌프 히틀러의 심리 분석을 실시했다. 전쟁의 향방을 예측하고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였다. 그 연구는 기밀문서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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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] "그냥 살짝 밀쳤을 뿐이다" 말하는 남자
김형경 소설가텔레비전 아침 방송에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이 있었다. 전쟁 끝난 지 언젠데 이산가족 찾기라니 싶어 프로그램을 찬찬히 시청한 적이 있다. 출연자 대부분은 어린 시절 가